태국 북부의 대표 여행지 치앙마이는 사원과 전통시장, 한적한 골목길이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특히 올드타운은 과거의 흔적과 현대적인 감각이 공존하는 곳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작은 발견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치앙마이의 진짜 매력은 화려한 관광지보다 골목 안쪽에서 만나는 로컬 맛집과 카페에 숨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다녀온 올드타운의 세 곳을 중심으로, 맛과 분위기, 가격, 그리고 현지인과 나눈 짧은 대화까지 상세히 리뷰해 드리겠습니다.
현지인의 사랑을 받는 쌀국수집 ‘꿋카오 누들 하우스’
치앙마이 올드타운 동쪽 성벽에서 도보 7분 거리에 있는 ‘꿋카오 누들 하우스’는 점심시간만 되면 근처 사무실 직원들과 오토바이를 타고 온 현지인들로 북적입니다. 가게 입구는 초라해 보일 수 있지만, 유리 진열대 안에 각종 재료들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어 신뢰가 갔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카오소이(카우소이)’. 노란 카레 베이스의 국물에 코코넛 밀크가 섞여 있어 부드럽고 진한 맛이 납니다. 위에는 바삭하게 튀긴 얇은 계란면이 올라가고, 국물 속에는 부드럽게 익은 닭다리가 숨겨져 있습니다. 국물 한 숟가락과 라임즙을 더한 후 고추 절임을 살짝 넣으면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향이 퍼집니다.
가격은 단돈 50밧(약 1,800원). 한국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면 요리를 이런 가격에 먹는 건 거의 불가능하죠. 가게 한쪽에는 스테인리스 식기와 물, 피클이 셀프서비스로 준비돼 있어 자유롭게 곁들일 수 있습니다. 제가 앉은 옆자리에서는 중년 현지인 부부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제게 “카오소이 맛있냐?”고 묻더니 웃으며 “이 집은 치앙마이에서 제일이야”라고 말하더군요.
가게 내부는 나무 의자와 오래된 선풍기, 벽에 붙은 태국 전통 영화 포스터로 꾸며져 있습니다. 에어컨이 없어 약간 더울 수 있지만, 이마에 맺히는 땀마저 현지 분위기의 일부처럼 느껴졌습니다.
골목 속 아담한 카페 ‘바나나 트리’
점심을 마친 뒤 골목길을 걷다 발견한 곳이 ‘바나나 트리 카페’입니다. 간판은 소박했지만, 초록 덩굴이 입구를 덮고 있고 창문 사이로 부드러운 조명이 흘러나와 자연스럽게 발길이 멈췄습니다.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는 망고 스무디(70밧)와 코코넛 커피(80밧). 망고 스무디는 얼음을 거의 넣지 않아 과일 본연의 달콤함이 진하게 느껴졌고, 코코넛 커피는 고소한 코코넛 향이 은은하게 퍼져 독특한 풍미를 줍니다. 저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망고 스무디를 주문했는데, 잔 표면에 살짝 맺힌 물방울과 진한 노란빛이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했습니다.
이 카페는 현지인보다 장기 여행자나 디지털 노마드가 자주 찾는 곳입니다. 구석 자리에는 노트북을 켜고 화상회의를 하는 외국인도 있었고, 창가 쪽에는 책을 읽는 여성 여행자가 있었습니다. 내부는 식물 화분과 여행 사진으로 꾸며져 있어 아늑하고, 벽 한쪽에는 방문객들이 남긴 엽서와 메모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저도 작은 포스트잇에 ‘치앙마이에서 행복한 하루’라는 글귀를 남겨두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오후 2~4시 사이 햇살이 가장 예쁘게 들어옵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좁은 골목과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사원 종소리가 묘하게 어울리며 치앙마이 특유의 ‘느린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시장 근처 로컬 디저트 가게 ‘메이 수아이’
저녁 무렵, 올드타운 남쪽 ‘워로롯 시장’ 주변을 거닐다 발견한 ‘메이 수아이’라는 작은 디저트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노점 형태지만 위생 상태가 깔끔했고, 진열대 위에 가지런히 놓인 전통 디저트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칸옴부앙(태국식 크레페)’. 얇고 바삭한 크레페 위에 코코넛 크림과 ‘포이통’이라 불리는 달걀노른자 실을 올려 만듭니다. 바삭함과 부드러움, 달콤함이 한 번에 느껴져 기분 좋은 간식이었습니다. 한 개에 10밧(약 360원)이라 여러 개를 사서 숙소로 가져갔습니다.
사장님은 영어를 잘 못하지만, 미소와 손짓으로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했습니다. 제가 “아로이 마크(정말 맛있다)”라고 말하자, 사장님이 웃으며 다음번에는 다른 디저트도 꼭 먹어보라며 추천해 주셨습니다. 그 순간 단순히 음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의 친절과 문화를 함께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장 주변은 해가 지면 더욱 활기를 띱니다. 야시장처럼 다양한 노점이 열리고, 옷, 기념품, 과일, 간식까지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합니다. ‘메이 수아이’에서 디저트를 맛본 후 시장을 산책하는 코스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현지 팁과 추가 정보
- 위치: 꿋카오 누들 하우스(동쪽 성벽 근처), 바나나 트리 카페(중앙 골목), 메이 수아이(워로롯 시장 남쪽 입구)
- 영업시간: 대부분 오전 10시~저녁 8시(카페는 오후 5~6시까지)
- 예산: 세 곳 모두 합쳐 200밧(한화 약 7,200원) 내외
- 교통: 도보 이동 가능, 덥다면 그랩(Grab) 이용 추천
- 주의사항: 현금 지불만 가능, 인기 있는 메뉴는 오후에 품절될 수 있음
치앙마이 올드타운은 겉으로 보기엔 조용한 소도시처럼 보이지만, 골목마다 숨겨진 맛집과 이야기가 있습니다. ‘꿋카오 누들 하우스’의 진한 카오소이, ‘바나나 트리’의 부드러운 망고 스무디, 그리고 ‘메이 수아이’의 바삭한 칸옴부앙까지. 하루에 세 곳을 돌아보며 먹고 마시는 것만으로도 치앙마이의 풍경과 리듬이 느껴집니다.
치앙마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지도 앱에 이 세 곳을 저장해 두세요. 관광지만 둘러보는 여행보다 훨씬 더 진하고 오래 남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