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중부에 위치한 수판부리(Suphanburi)는 방콕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조용한 도시입니다. 많은 관광객이 방콕, 치앙마이, 푸껫만 찾지만, 수판부리는 태국의 시골 풍경과 순박한 사람들, 그리고 숨겨진 맛집들이 가득한 곳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다녀온 수판부리 로컬 맛집들을 소개하고, 그곳에서 맛본 전통 요리와 현지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수판부리 전통시장 속 가정식 식당 탐방 (로컬음식)
수판부리의 첫 번째 맛집 탐방은 ‘딸랏 수판부리’라고 불리는 전통시장 안에서 시작했습니다. 이곳은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아침 식사를 위해 들르는 곳입니다. 입구부터 튀김 냄새와 허브 향이 섞인 공기가 저를 반겼습니다.
제가 선택한 첫 식당은 20년째 시장 한구석에서 운영 중인 ‘깽홈빠(แกงหอมป่า)’라는 가정식 식당입니다. 주인아주머니는 아침마다 직접 만든 커리와 볶음요리를 대접합니다. 제가 주문한 메뉴는 ‘깽끼여우완(แกงเขียวหวาน, 그린 커리)’과 ‘카이파틀루(계란 부침에 돼지고기 다짐을 넣은 요리)’였는데, 가격은 단돈 40바트(약 1,500원)였습니다.
그린 커리는 진한 코코넛 밀크 향과 매콤한 고추의 조화가 일품이었고, 바질과 라임 잎이 더해져 향긋했습니다. 옆 테이블에서는 현지인들이 밥에 커리를 비벼 먹으며 시골 사람들만의 느긋한 아침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깽텃프라이’라는 튀김 카레 요리도 인기였습니다. 튀긴 생선을 매운 카레 소스에 넣어 먹는데, 씹을수록 바삭함과 매운 향이 퍼지는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주인아주머니는 “외국인 손님이 오면 깽텃프라이를 꼭 먹어봐야 한다”고 추천해 주셨습니다.
시골 마을 강가의 생선구이 전문점 (전통요리)
두 번째로 소개할 곳은 수판부리 외곽, ‘타푸라 마을’ 강가에 있는 생선구이 전문점입니다. 이곳은 현지인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난 곳으로, ‘쁠라파오(ปลาเผา, 소금구이 생선)’가 대표 메뉴입니다.
가게는 대나무로 만든 간이식당 형태였고, 강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생선은 주로 메콩강에서 잡은 틸라피아나 메기 종류를 사용하며, 굵은 소금을 발라 숯불에 천천히 구워내는데, 그 향이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저는 ‘쁠라파오’와 함께 ‘남프릭’이라는 매콤한 소스를 곁들여 먹었습니다. 쌈 채소와 함께 싸서 먹으면 담백한 생선 맛과 상큼한 허브 향이 어우러져 입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가격은 생선 한 마리에 120바트(약 4,500원) 정도로, 방콕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저녁 무렵이면 직접 그물로 잡은 생선을 손질하는데, 제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환하게 웃으며 “유튜브에 올려도 된다”며 농담을 건넸습니다. 이런 인간적인 시골 분위기가 수판부리 맛집의 매력입니다.
로컬 디저트와 시골 카페의 감성 (시골분위기)
수판부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즐거움은 디저트입니다. 시골 마을 한가운데 있는 작은 카페 ‘반깜카페(Baan Kham Cafe)’는 대나무와 짚으로 꾸민 전통 스타일의 공간입니다.
여기서 맛본 대표 디저트는 ‘칸옴부앙(ขนมเบื้อง)’이라는 태국식 크레페였습니다. 얇게 구운 반죽 위에 코코넛 크림과 달콤한 단호박, 가끔은 짭짤한 새우 속이 올려져 있어 독특한 맛을 냅니다. 가격은 한 세트에 25바트(약 900원)밖에 하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카페의 시그니처 음료는 ‘차옌(ชาเย็น, 아이스 밀크티)’입니다. 오렌지빛 홍차와 연유가 어우러진 진한 단맛은 뜨거운 오후를 식혀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카페 뒤편에는 논밭이 펼쳐져 있어, 음료를 마시며 바람에 흔들리는 벼 이삭을 바라보는 순간이 참 평화로웠습니다.
사장님은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직접 재배한 망고를 무료로 챙겨주셨습니다. 달콤한 망고를 한 입 베어 물며 느꼈던 그 따뜻한 환대는, 어떤 유명 카페에서도 느낄 수 없는 시골만의 매력이었습니다.
수판부리는 화려한 관광지가 아닌, 태국의 진짜 일상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전통시장 속 가정식 식당, 강가의 생선구이 전문점, 논밭 옆의 시골 카페까지, 그곳의 음식은 단순히 맛을 넘어 따뜻한 인심과 여유로움을 담고 있습니다. 만약 방콕 여행 중 하루나 이틀 여유가 있다면, 기차나 버스를 타고 수판부리로 향해 보세요. 숨겨진 맛집들이 여러분의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