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심한 순간부터, 고정 수입이 사라진다는 불안감은 누구에게나 큽니다. 하지만 저는 그 시간을 '새로운 삶의 전환점'으로 삼았습니다. ‘돈을 아껴야 한다’는 막연한 절약이 아닌, 내가 가진 시간을 활용해 창의적으로 살림을 바꾸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이 글은 퇴사 후 실제로 제가 실행해본 중고 활용, 재사용품 살림, 자급자족 텃밭 경험을 바탕으로 진짜 효과 있었던 절약법을 정리한 것입니다.
중고활용으로 생활비 아끼기
퇴사 직후, 가장 먼저 부딪힌 현실은 “돈은 나가는데 들어오는 게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작업환경을 정리하면서 집에 남는 물건들이 많았는데, 이것들을 그냥 두기엔 아깝다는 생각에 당근마켓과 번개장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가장 먼저 판 것은 쓰던 게이밍 의자였습니다. 직장 다닐 땐 편해서 샀지만, 퇴사 후엔 쓸 일이 거의 없어졌거든요. 8만 원에 팔고 그 돈으로 1만 원짜리 접이식 의자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사무용 모니터, 블루투스 스피커, 작은 조명 등을 중고로 다시 샀습니다. 새 제품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거의 새것 같은 제품을 들여왔죠.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과정을 통해 불필요한 소비 습관도 정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무턱대고 '좋은 제품', '최신 제품'만을 추구했던 예전과 달리, 진짜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전기밥솥은 정말 좋은 중고 득템이었습니다. 원래 쓰던 제품이 고장났을 때, 중고로 1년밖에 안 쓴 밥솥을 2만 원에 구입했는데, 사장님이 직접 소독까지 해주셨고 아직까지도 문제없이 잘 쓰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절약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재사용품으로 자투리 절약하기
퇴사 후 자연스럽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니, 자잘한 생활 용품의 소비도 많아지더군요. 처음엔 무심코 일회용품을 쓰다가,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나간다는 걸 깨달았고, 본격적으로 재사용 가능한 품목을 찾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바꾼 건 랩과 지퍼백 사용 줄이기였습니다. 시장에서 ‘천랩’을 사서 사용했는데, 익숙해지니 오히려 편했습니다. 사용한 지퍼백은 설거지할 때 세제로 닦아 말린 후 3~5번은 더 썼습니다.
커피 찌꺼기는 마른 상태로 모아 탈취제로 활용했고, 유리병은 소스병, 쌀 통, 오일병 등으로 재활용했습니다. 우유팩은 잘라서 식물화분 받침이나 수세미 정리 트레이로 만들었고, 오래된 티셔츠는 걸레나 먼지털이로 재사용했습니다.
헌옷은 걸레로 만들고, 낡은 수건은 잘라 주방용 타올로 바꿨습니다. 포장박스는 서류 정리함이나 수납박스로 활용했고, 페트병은 화분으로 변신시켰습니다. 이 모든 재사용 덕분에 매달 2~3만 원 이상 절약할 수 있었고, '내 손으로 만든 물건'이 주는 뿌듯함은 돈 이상의 가치를 안겨줬습니다.
자급자족 텃밭으로 식비 줄이기
퇴사 이후 요리를 자주 하다 보니 식재료 비용이 꽤 부담이 됐습니다. 특히 채소류는 금방 시들고 버리는 일이 많았는데, 어느 날 유튜브에서 대파를 물에 꽂아 키우는 영상을 보고 직접 도전하게 됐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처음엔 대파만 키웠지만, 점점 상추, 방울토마토, 바질, 루꼴라 등 간단히 키울 수 있는 채소로 늘려갔고, 지금은 베란다 한 켠에 소형 텃밭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흙과 플라스틱 화분, 씨앗을 사는 데 2~3만 원 정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몇 주 만에 상추는 샐러드용으로 매일 따 먹을 수 있었고, 바질은 향신료 대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특히 방울토마토는 키우는 재미와 수확의 기쁨이 컸습니다.
텃밭 생활을 하면서 '먹거리'에 대한 가치관도 바뀌었습니다. 직접 기른 채소는 농약 걱정이 없고, 물만 잘 주면 꾸준히 자랍니다. 식비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과 루틴이 생긴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실제로 저는 마트에서 매주 3~4만 원씩 채소를 사던 비용이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물론 모든 식재료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자급자족으로 인해 생기는 ‘채소는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자존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퇴사 후의 절약은 '무조건 아끼자'가 아니라, 내 삶을 더 능동적으로 설계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중고 물품을 통해 소비 습관을 점검했고, 재사용을 통해 자원을 보는 눈이 달라졌으며, 텃밭을 가꾸며 식생활까지 변화시켰습니다.
경제적 이득은 물론이고, 삶의 리듬, 생각하는 방식까지 달라졌습니다. 절약은 고통이 아닌 더 넓은 선택지를 주는 힘입니다. 당신도 지금, 작은 실천 하나로 더 넓은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퇴사는 끝이 아니라 나를 위한 시작입니다.